사고력이란 무엇인가 11편 - 자문자답
제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저는 삼수가 끝난 이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었습니다. 이미 재수 중에 강력한 불면증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스트레스가 축적되면 시도때도 없이 설사가 계속 발생하는 질병) 등등 몸에 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었었습니다.
삼수가 끝난 이후 곧장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수국비>라는, 제가 그간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공부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집대성한 전자책을 집필하였습니다. 운동도 하지 않고 야외 활동도 워낙 적게 하다보니 우울증이랑 불면증도 심해졌고, 2020년 코로나 시국이 터지면서 중증 우울증을 겪게 됩니다.
https://docs.orbi.kr/docs/7325/
https://docs.orbi.kr/docs/7327/
(총 750쪽 짜리 전자책을 집필하느랴 1학년이 다 가버렸네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신건강의학과>를 2020년부터 오랫동안 다녔습니다. 실제로 우울증이 보통 치료가 몇 년, 심지어 10년도 넘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확실히 저의 경우 고등하교 1학년부터 자퇴 고민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어했었으니까, 쉽게 생각해도 한 6년 동안 이 악물고 살았었거든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올라와서 질병이 되었으니 단기간에 치료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되네요.
특히 제가 가장 최근에 받았던 치료가 바로 "정신분석 상담 치료"입니다. 엊그제를 마지막으로 종료가 되었는데, 이 치료를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서 학습과 연결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최초로 꿈과 정신을 과학적으로 분석을 시도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는 사람은 환자들이 자신들이 겪는 문제를 스스로 이야기하고 서로 상담을 하는 식의 치료를 진행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특별한 처방이나 조언을 하지 않더라도, 환자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더 나아지는 경향이 뚜렸하였다고 합니다
이 치료는 매우 자유롭습니다. 저도 실제로 일주일에 2번씩 편하게 일어났었던 일, 제가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끼는 일 등을 편하게 선생님께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편안하게 아무런 제약도 없이 제 이야기를 95% 정도 하고, 가끔 선생님께서 되묻거나 질문을 하시는 정도입니다.
당연히 이 시간에는 제가 그동안 있었던 일들, 불편하거나 불행했던 과거, 트라우마,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스트레스 등을 편안하게 늘어놓는 시간입니다. 이를 자유연상이라고 하는데, 1시간 동안 정말 환자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야기하면 상담 선생님이 그걸 열심히 들으시는 상담 치료입니다.
제가 당장 첫 번째로 신기하게 느낀 것은, 제 스스로 제 문제를 이야기하는 동안 확실히 증상이 더 호전되는 것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선생님이 뭔가 특별히 인생의 조언이라던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나, 현재 문제를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인생 선배처럼 지도를 해주시지 않습니다. 그냥 같이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겪고 있는 문제를 남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을 통해서 상당한 효과를 누렸습니다.
제가 과거 메타인지와 관련된 공부법에서, "남에게 설명하기 공부"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 전교 1등 학생들이 하는 공부법이었는데, 자기 가족이나 심지어 인형을 옆에 두고, 오늘 배운 내용이나 그동안 어려웠던 내용을 마치 남에게 가르쳐주고 강의하듯이 정리하는 것입니다.
저 또한 글을 자주 쓰면서 느낀 것인데, 이 방법은 매우 탁월하며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과 교사들에게 인정받는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남에게 설명을 하려면 일단 스스로가 '납득'이 되어야 합니다. 술을 먹고 헛소리를 하지 않는 이상, 남에게 뭔가 조리있게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목표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설명할 내용을 스스로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잘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치면서 복습을 충실히 하게 됩니다.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보다, 남에게 설명하거나 토론을 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고 효율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메타인지 분야에서도 증명된 공부법입니다. 저도 항상 질문이 많았는데, 일단 질문을 하려면 저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문제를 파악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질문을 작성하면서 그 도중에 깨닫는 경우도 정말 많았습니다
https://m.blog.naver.com/dcganga/220627906990
일단 자기 기억 속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낸다는 것은 스스로 강하게 복습을 하고, 머리에 마치 각인을 세기듯이 기억에 남기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참 재미있었던 것이, 저도 제가 우울증을 겪으며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심리적 불안, 누군가에 대한 부채 의식이라던지, 과거의 실수에 대한 수치심이라던지, 남에게 큰 피해를 당한 사례에 대한 강한 복수심이라던지, 부모님과의 문제라던지 다양한 문제를 끄집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도 되었고, 불쾌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제가 이런 억울한 일이 있었다고 어딘가에 해소할 수 있다 보니까요.
때문에 전 항상 정신분석 상담 시간이 기다려졌고, 실제로 약 반년 동안 이뤄진 치료 후 확실히 멘탈도 더 튼튼해지고, 제가 겪고 있던 트라우마에 대해서 더 큰 저항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더욱 늘었다는 것입니다. 초창기에 심리 상담을 할 때에는 단순히 제 문제를 잘 정리해서 말하기 위해 준비하는 수준이었는데, 여러 번의 상담을 통해서 예측이 점점 가능해졌습니다. 아 내가 이런 나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선생님은 요런 식으로 되물으시고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주시겠구나. 그럼 그땐 나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고.... 근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좀 편안해지네?
왜 자꾸 이창호가 중국 대회에서 계속 우승만 하냐고 중국인들이 항의하자, 이창호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어쩌냐고... 라고 답했던 중국 기원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창호 선수는 아직도 바둑의 '신'으로 불리는 전설입니다
바둑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흔히 한 수 앞을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합니다. 당장 보이는 것 말고, 내가 이 경우의 수를 두면 상대는 과연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일반인은 잘 해봐야 두 수, 세 수 앞 정도 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을 굉장히 오래 한 바둑 기사들의 경우, 몇 십 수 앞까지 보면서 정말 머리 속에서 바둑판을 두고 최후의 승리를 위해 경우의 수를 정말 다양하게 둔다고 합니다.
저 또한 바둑에서 그러듯이, 이렇게 계속된 상담을 통해서 단순히 제 문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충 그럼 선생님은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해보라고 권유해보실 것이 상상이 되었고, 그럼 그 권유에 대해서 또 제가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할지 상상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최소 두 수, 세 수 앞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제 사고력은 더 깊어졌고, 굳이 남에게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고 납득할만한 해결 방안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 이야기를 글을 통해 자주 이야기했지만, 정신분석 상담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직접 겪는 것은 처음이었고, 꽤나 오랜 시간을 투자한 후에야 가능했습니다.
약간 분량 조절에 실패했는데, 더 구체적이고 이해가 쉽게 다음 편에서도 계속해 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마치 말하기 공부법처럼, 제 문제를 남에게 정리하여 설명하고, 또 그렇게 한 후 사고력의 증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제 스스로의 인생 문제, 고민꺼리들을 좀 더 능동적으로 다룰 수 있더군요.
정신분석 상담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중적인 것은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이런 정신 치료를 받으면서 저 스스로도 사고력이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비유와 예시로 이해를 돕는 컨텐츠를 잘 작성해보겠습니다 ^^ 오랫만에 글을 쓰니 많이 무뎌진 거 같네요 ㅎㅎ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orbi.kr/00054952399 - 2편 유형별 학습
https://orbi.kr/00055044113 - 3편 시간차 훈련
https://orbi.kr/00055113906 - 4편 요약과 마무리
학습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794208 - 10편
https://orbi.kr/00038933518 - 11편 마지막
사고력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56551816 - 1편 바둑과 수싸움
https://orbi.kr/00056735841 - 2편 예절
https://orbi.kr/00056781109 - 3편 자유로운 직업세계
https://orbi.kr/00056882015 - 4편 따라하기
https://orbi.kr/00057164650 - 5편 어린 놈들이 약아서
https://orbi.kr/00057384472 - 6편 자기 스스로를 알아차리기
https://orbi.kr/00057614203 - 7편 체력분배
https://orbi.kr/00057650663 - 8편 수학적 상상력
https://orbi.kr/00057786940 - 9편 편견깨기
https://orbi.kr/00058147642 - 10편 시냅스, 알고리즘의 강화
-11편 자문자답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어떻게 풀어야하나요
-
저격당했네;;
-
안 그래도 탐구 창났는데 여기서 영어도 2 떴으면 진짜 그냥 복학했을 듯
-
생각보다 이슈가 없는거 보면 우리나라 입시를 주도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
국가가 날 부르노 마
-
백분위로 화작 79 확통 84 영어 2 생윤 83 정법 92 한국사 2 솔직히 잘...
-
이번 수능 35211 나왔고 광명상가 하위과 인가경 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
과외쌤한테 연락 1
과외쌤이 수능 끝나면 맛있는거 사주겠다해서 연락한다했는데 뭐라고 보내야 될까요 과외...
-
ㅇㅇ?
-
25수학 공통15번까지 스뮤스하게 풀려서 만점인줄 ㅎ 1
ㅎㅎ 주관식에서 미끄덩햇네 ㅎ
-
어느게 더 어려우려나요?
-
해보고 싶은데 필력이 너무 그지 같아서 못 알아 먹을 것 같음 ㅠ
-
국어: 내가 안 물어봤으면 안할뻔함 수학: 그나마 시켜주긴 함 영어: ㄹㅇ안함...
-
1.미미미누 교대,교사 관련 영상들 + 댓글창에 현직 교사들 댓글 2.pd수첩...
-
”일반 컷 99“
-
설사범, 연생과대, 고정경대에서 이과로 전과 힘든가요?? 0
학벌올리고 전과하고싶은디 ㅠㅠ 전과 힘든가요??
-
수능 끝나고 싹 다 가정학습 처리해줘서 2월 졸업식 때까지 학교 5일도 안 나갔음...
-
한지,세지도 ㄱㅊ나요? 제가 타임어택,안정성 떨어지는걸 극혐해서요 ㅠ
-
하고 싶은 거 다 해봐야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vs돈도없구자신도없음 에휴
-
침대에 달린 등도 안 끄고 잤네
-
주어진 함수 f(x)의 그래프가 다음과 같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할 때 이 함수에...
-
주변에 미적 100은 많이 없는데 96 92는 진짜 개 많음 미적 1컷 92는...
-
화장실도 인기다리게 칸 개많았고 의자랑 책상도 좀 옛날거긴했는데 그래도 사이즈도...
-
아니 소재 진짜 막 쓰네.. 딥페이크 저거는 아예 저 글자 빼냐 마냐 하나로 정치...
-
1년 내내 안씻는 물스퍼거 놈들이 너무 많아
-
파업 때문이구나 ㅡㅡ
-
현실과이상의괴리 8
내적갈등 해소방안 : 한번더보기
-
국어 노베 0
국어 공부해본 적 없고 고2라서 모의고사 칠 때만 모고 푼 적 없어요. 진짜...
-
과탐가산 0
과탐 2등급 대가리가 가산5프로정도 받으면 사탐 높1이랑 비슷해지나요?
-
수리논술ㅋㅋ 1
기하 오늘 시작할 예정인데 한양대 가능한 부분? 올해 수능 미적은93점임.
-
너네 아직도 협상 중이잖아 원딜 바이퍼 잖아 피넛제카딜라이트 있잖아 제발
-
한문제 풀면 맞췄나? 틀렸나? 너무 궁금해서 채점병 도져요… 이 습관도 고쳐야할텐딩…힝…
-
얼버기 11
행복한꿈을 꿨어요
-
올해 수능을 바탕으로 내년을 예측한다? 논리적으로 보일수는 있겠지 근데 거의 맞추는...
-
실패자가 대다수이다 국잘 수망 탐잘 국잘 수잘 탐망 조합으로 대부분 복학 예정이다
-
이거에 따라 대학이 바뀔 수도...
-
수능 치기 일주일전엔 더 이상은 못해 ㅅㅂ 이런 상태였었는데 수능 끝나고 슬금슬금...
-
나도 팔로워가 쭉쭉 오르겠지 26년도수능은 내꺼다 !
-
아 그때를 위해 열심히 피를 뽑겠다...
-
제곧내
-
상단 번호만 잘 나와있는지만 보게 시키던데 ㅋㅋㅋㅋ 사실 국어는 파본검사 안해서 더...
-
무슨 사탐 얘기만듣고 개ㅈ밥과목인줄 알고(맞긴함) 저능아과목 나정도면 1등급...
-
예를 들어 닉네임이 호타로 이면 진짜로 짤남같이 생김
-
면접 보러 오라고 하시는데 이런 거 첨이라서.. 이번 수능 영어 94점이긴 한데...
-
왕
-
좋은 아침입니다 6
-
내년에 물1 할거임
-
표본분석 스나 하는 법 내가 이해한게 맞나 좀 봐주실분 2
진학사에서 그 모의지원 메뉴 들어가서 내 위로 깔려있는놈들이 여기 말고 어디...
-
대학 라인 0
과 상관없이 대학라인 어디까지 가능한가요…ㅜㅜ
공감합니다.. 저도 제 트라우마 비슷한 콤플렉스같은 부분들을 자꾸 꺼내고 말하고 하다 보니까 무던해지고 훨씬 괜찮아졌어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