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3-18 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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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썰<28> 사랑이라는 이유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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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양을 놓기로 결심한 A군. 그 이후로는 사랑하는 감정을 상실하게 이른다. 대학 생활에 흥미를 잃고 그저 대외활동과 학업에만 열중한다. 

그런 A군은 학교에서 웃지조차 않는다. 단순히 B양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아이들보다 1년 뒤쳐졌다는 것에 대한 조급함,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 시장, A군 특유의 학구열, 술로 가득찬 대학 문화에 대한 혐오감 등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이 복합하여 나타난 것일테다. 어쩌면 B양은 A군이 차마 마무리하지못한 마지막 유희였다. 하지만 B양이 더이상 추억 속의 B양이 아닌 이상 A군은 그녀에 대한 미련조차 사라져버렸다. 


한 번은 A군이 연합동아리(여러 대학이 합쳐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 뒷풀이를 간 날이었다. 술을 못해서 뒤풀이 자리를 싫어하는 A군이지만 아무래도 동아리 첫 날이고 하니 인사도 할 겸해서 반강제로 참석하게 되었다. 그렇게 뒷풀이 장소로 이동한 A군.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경찰의 연행같은 선배의 안내를 받아 한 테이블에 착석하게 된다. 하지만 이게 왠일? A군이 앉은 테이블은 여자만 4명이 있는 자리였다. 

부럽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A군은 이런 자리를 별로 안좋아한다. 재수 시절부터 여색을 밝히지 않았던 A군이었기에 여자 4명을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이 자리는 A군에게 지옥같았을 것이다.(그리고 솔직히 대부분 남자들은 청일점 상황 별로 안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다.) 
구성원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서울 서부 지역에 개교한 한 여대 학생 2명과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서울 중부 지역의 여대 학생 2명이었다. 그들은 서로 통성명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A군의 인사는 씹혔다. 술자리가 시끄러워서 그러려니했다. 하지만 다소 당황한 A군이었다. 그렇게 멀뚱멀뚱 앉아있는 A군. 앉은지 5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A군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여자가 넷이라 기가 죽어 먼저 말걸기도 힘들어한다. A군도 그들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그들도 A군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기색이 역력히 느껴진다. 

"아 우리 술 그냥 먼저 마시면 안되요?"

한 여학생이 말한다. 다들 그러자고 한다. 한 명씩 술을 따르고 A군에게도 술을 따르려는 한 여학생. A군은 황급히 말한다.
"아, 제가 술을 잘 못마셔서 오늘은 안 마시려 합니다."

얼마전부터 보약을 먹는지라 술을 빼는 게 아니라 진짜 못마신다. 
"헐 여자가 주는 술을 안 마신다는 거에요?"
한 여학생이 말한다. 
"그냥 받기라도 하세요"
"맞아요"
다른 여학생도 가세한다.
A군은 당황한다. 엉겁결에 술잔 가득 술을 받아버리고 만다. 하지만 건배를 하고 그냥 마시는 시늉만 할뿐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A군이 먼저 말을 꺼낸다.
'여대시면 미팅 많이 들어오겠네요?'
'네 엄청 들어오죠', '미팅 좀 해보셨어요?'
참고로 A군은 미팅 문화를 별로 안좋아한다. '서로 가면을 쓰고 사랑을 장난으로 절하시키는 이상한 문화'라는 것이 미팅에 대한 A군의 정의다. 
'아 전 미팅 문화를 별로 안좋아해서...'
'헐 어떻게 남자가 미팅을 싫어할 수가 있지?'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A군이다. 하지만 그래도 깽판을 부릴수는 없는 상황이라 그냥 가만히 있는다.
"우리 술게임 해요 술게임!"
한 여학생이 제안한다. 참고로 A군은 술게임 문화를 매우 안 좋아한다. '규칙을 모르는 사람 합의 없이엿맥이는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게임'이 술게임에 대한 A군의 정의다. 평소 같았으면 'ㅅㅂ 안해!'했겠지만 여학생이 4명이라 기가 죽어 반강제로 하고 만다. 첫 판부터 A군이 모르는 게임이다.
"저 이게 뭐죠..??"
"마시면서 배우는거죠"
그렇게 강행된 게임. 당연히 A군이 걸린다. 결국 A군은 가득 담긴 술을 마시고 만다. 그렇게 계속된 게임. 게임 설정을 잘못했다, 게임 말하는 박자를 놓쳤다는 등 말도 안되는 이유로 A는 계속 벌칙에 걸린다. 

이쯤되면 A군은 넷이서 놀고싶어함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술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자존심이 강한 A군에게 상당히 수치스러운 자리였을 것이다. 
'내가 여자고 지들이 남자였으면 이거 성범죄아니냐?'  
분노하는 A군이다. 솔직히 충분히 화가 날만하다. 

세상 모든 여자가 그러는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이후, 안 그래도 여자에 별로 관심이 없던 A군은 여성혐오증의 일보 직전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A군에게도 사랑의 여신이 그 모습을 드러내니... 그건 바로 영어시간 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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