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머리는 유전일까…"수학 실력 올리려면 애쓰고 실수해라"
신간 '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교육 특구 대치동에는 조용히 내려오는 격언이 하나 있다. 입시에 성공하려면 '닥수'(닥치고 수학)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대학인 의대에 보내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에 전념해야 한다. 완성도를 높이는 데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목인 데다가 의대에서도 중시하는 입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 '준비 태세'가 이젠 초등에서 유치부까지 내려온 상태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4~5세 된 아이들도 사고력 수학학원에 다니며 수학을 '연마'한다.
그런 아이들이 이르면 4세부터 경험하는 건 시험이다. 아이들은 이른바 좋은 학원에 다니기 위해 끊임없이 테스트를 본다. '톱 반'이 나오길 염원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한 줌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부모는 '수학 머리는 타고난다는데…'라면서 한숨을 내쉴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비루한 유전자를 탓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 전문가인 조 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수학 머리는 타고났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신간 '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인간의 뇌는 고정된 게 아니라 지속해서 변하고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수학 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뇌는 계속 변화한다. 나는 학생들이 애를 쓰고 실수하기를 바란다. 애를 쓰는 시간이야말로 우리 뇌가 경로를 형성하고, 연결하고, 강화하는 정말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수학 머리를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전에 학생들이 지나치게 테스트에 노출돼 수학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수학은 "전체 과목 중에서 테스트가 가장 많이 치러지는 과목이자 종종 학생의 순위를 매기는 데,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과목"이다.
이 때문에 자칫 좋지 못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수학에 대해 좋지 않은 태도, 나아가 공포감까지도 시달릴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수학 불안이 있는 사람에게 수학 문제를 제시하면 그 사람의 뇌에서 뱀이나 거미를 볼 때 활성화되는 공포 중추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저자는 "수학 시험을 너무 자주 실시하는 관행, 수학을 절차의 집합으로 생각하는 통념은 현재의 제도적 불평등과 완벽하게 결합해 상당수의 아이에게 끔찍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지적한다.면서
아울러 유형별 문제만 풀어서 문제 푸는 방법과 '스킬'만 배워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지식은 수년에 걸쳐서 뇌 속에서 '압축'되는 과정을 거치는 데 문제 푸는 규칙과 방법은 이 같은 '압축 과정'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념만 압축할 수 있다. 아이들이 규칙과 방법만 배우면 압축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개념을 착실히 배우고 애를 쓰는 과정을 통해서 수학 머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수학 뇌는 타고났다"는 생각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편견에 기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이런 생각(수학 뇌는 타고난다)은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생각 그리고 수학에 대한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는 차별적인 생각과 연결돼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에 걸쳐 수학 뇌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종류의 뇌 기능은 계속해서 발달하고 연결되며 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현석 옮김. 368쪽.
P.S 그래서 내가 고교생 시절 수학 때문에 ㅈㄴ 피눈물 흘리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성적 팍 떨어진 이유가 그거였구먼. 거기다 성적 올리는 게 ㅈㄴ 힘들었던 것도 다 이유도 있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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