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29편 - 불공평하다
PVP 게임을 딱 한번이라도 해본 학생들은 다들 잘 아실 껍니다. 게임은 대단히 '공정'합니다.(현금을 왕창 부운 캐릭터가 무과금 캐릭터를 양학하는 장면은 잠시 접어두고요) 많은 학생들이 즐기는 LOL(롤) 이라는 게임은 5대5로 머릿수가 같게 정해져있습니다. 만약 어떤 팀이 상대팀보다 1명이라도 더 많은 인원이 주어져서 게임을 시작한다면 승부는 시작부터 기울기 시작할 것입니다.
롤같은 게임들의 특징은, 5vs5로 대규모 한타(전투)가 벌어질 때 먼저 한명이 짤리는 쪽이 대단히 불리해진다는 것입니다. 5명과 5명이 서로 붙어서 순식간에 5명이 모두 한꺼번에 전멸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뭅니다. 치열하게 견제를 하다가 한명이 먼저 짤리는 순간, 숫적 이점을 동원한 상대방이 어떻게든 나머지 4명을 처리하려고 공격적으로 달려들죠.
게임과 비슷하게 스포츠도 '공평'합니다. 프로레슬링에서는 체급이 존재하여 서로 비슷한 체중을 가진 선수끼리 경쟁을 합니다. 올림픽 수영대회에서 누구도 남들보다 먼저 출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세계에서 '공평'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스포츠의 세계는 공평하고 동수로, 동일한 시간에 겨룹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2:1의 싸움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입니다
https://gsic.sports.or.kr/sym/mnu/mpm/EgovMainMenuHome.do;jsessionid=Zjesz_mGcHH7a7urqFQCmFBXuJ_U3JXoP0vtMLHNYE-Z64wHLXip!-852187780 )
전쟁이 발발한 시점에서 이미 국가간 격차는 정해져 있습니다. 서로 동원할 수 있는 군인의 숫자가 차이가 나고, 그들에게 보급하는 무기의 질이 다르고, 그들을 지휘하는 수뇌부의 정보력도 다 다릅니다.
6.25 전쟁 당시 남한은 전차가 단 한대도 없었습니다. 그에반해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세계 2차대전을 종식시켰던 'T-34'를 대량으로 가져와서 전쟁을 시작합니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자신의 전력을 적에게 알려주고, 서로의 전력을 동등하게 맞춰주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강하면 당연히 살아남을 확률도 높습니다. 세계 2차대전에서 독일은 근대의 패권국가였던 영국을 뛰어넘는 국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치뤘지만, 뛰어난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소련과 미국의 대규모 물량공세에 결국 종말했습니다.
근데 나폴레옹은 항상 적은 수의 군대로 많은 수의 연합군을 이기지 않았나요? 라고 물을 수 있겠습니다. 물론 나폴레옹 개인의 군사적 안목은 대단히 뛰어나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런 나폴레옹도 실제로 전투에서는 항상 적을 어떻게든 분열시키고, 적은 수로 나눠져있는 적군을 많은 수로 찍어 누루고 각개격파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물량 앞에 장사는 없습니다.
(천재적인 나폴레응에 맞서 전 유럽이 7차례나 동맹을 맺고 다굴을 쳤지만, 그는 한 국가적 역량만 가지고도 이들을 향해 전설적인 승리를 여러번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홀로 모든 국력 손실을 메꿀 수는 없었고, 결국 나폴레옹 시대도 역사의 한 줄로 기록됩니다
https://www.historiando.org/wp-content/uploads/2018/08/Guerras-Napole%C3%B3nicas.jpg )
현대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전 세계에 파병을 하고 있으며, '미군'이라는 존재는 적대세력에게 공포를 줍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병기를 운용한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겠습니다.
상대방이 보병으로 나올때 미군은 전차를 가지고 오고, 상대방이 저격수로 미군을 견제하면 즉각 전투기를 호출해서 맹폭을 합니다. 미군은 가능한한 상대방보다 더 많은 보급품을 받으며, 더 유리한 상황에서 더 강한 전력으로 싸우려고 노력합니다. 적에게 유리한 지형에 고립되면 아무리 미군이라도 얄짤없이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스포츠 세계와는 달리 현실에서의 전쟁은 공평함이라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장군은 일본군 인사 중에서 이성적으로 미국을 평가하는 몇 안되는 인물이었습니다. 일본에 비해 자동차, 석유, 설탕, 인적자원 등의 모든 물자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현실을 잘 알았기에, 태평양 전쟁을 지휘했으나 2년안에 결판을 내지 못하면 일본은 반드시 패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의 예언은 적중했습니다.
일본제국은 한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식민지들을 최대한 수탈하면서, 일본군의 위대한 야마토 정신을 부르짖으며 미군에 맞섰지만
https://www.dogdrip.net/231584348
(미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비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전력을 상시 운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미국은 많은 현대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https://it.insideover.com/guerra/40788-2.html )
북유럽의 국가 핀란드는 대한민국보다도 인구수가 적은 작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당장 옆에 소련이 붙어있기에, 이들은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
영토나 인구수, 기술력에서 상대방을 압도한다고 믿어의심치않은 소련은 세계 2차대전 직전에 '겨울전쟁'을 벌이며 핀란드를 침공합니다. 압도적인 전력차를 바탕으로 손쉽게 핀란드를 꿀꺽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런데 핀란드는 대단히 빈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상대로 의외의 승리를 계속 얻어냅니다. 소련군은 당시 스탈린의 대숙청으로 장교들이 대거 물갈이되고 어수선한 상태였고, 핀란드의 추위는 시베리아의 추위를 뛰어넘는 극한의 환경이었습니다. 별다른 준비없이 전차를 진격시키다가 핀란드군의 화염병에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어설픈 전쟁게획으로 핀란드를 침공했던 소련은 계획을 뒤엎고, 압도적인 국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무작정 보병을 진격시키다가 핀란드군의 기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공군전력을 이용해서 먼저 핀란드 주요 진지를 폭격하고 약화시킨 후에 물량으로 밀고 들어갔습니다.
큰 전력차이에도 불구하고 핀란드군은 매우 뛰어난 전과를 기록했지만, 결국 근본적인 국력의 차이는 극복하지 못하고 많은 영토를 뺏기고 항복하게 됩니다. 만약 핀란드군이 소련군과 '스포츠'를 한 것이었다면, 핀란드군은 승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차 이야기하듯 전쟁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비록 패배했으나 누구도 핀란드군을 모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주어진 한계와 열악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겨울전쟁의 과정은 히틀러에게 소련이 매우 약하다는 선입견을 심어주었고, 나중에 세계 2차대전 발발 후에는 핀란드와 연합하여 소련을 견제하는데 도움을 받습니다.
수능에 대해 다소 신기한 이야기를 하자면, 모든 수험생들에게 시험 시간이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농인맹인 학생의 경우에는 점자를 통해 시험 지문, 문항, 선지를 읽고 이를 다시 찾아가기에 시각을 쓰는 학생들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하죠. 때문에 해당 학생들은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집니다.
수능 시험 자체는 분명 공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학생도 수능에서 실수를 했다면 재수를 피할 수 없죠. 수능 시험시간은 칼같이 지켜집니다. 그러나 수능을 치는 사람들은 공평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각자의 지식이나 재능, 여태 공부한 양, 주어진 환경 등이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해서 스스로를 비관하거나, 부족한 재능을 탓하며 포기하라고는 절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교육학과 관련된 글에서 더 해설하겠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고정'시키면 안됩니다. 사람의 지능은 유동적이고 계발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폴레옹이 적에 비해 열세한 아군의 숫자를 비관하고 탓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그가 승리할 수 있었을까요? 비록 세상이 불공평할지는 몰라도, 여러분의 생각과 의지는 자유로워야 합니다. 결론을 제대로 짓지 못했는데, 나중에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겠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https://orbi.kr/00028616772 - 23편 준비
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https://orbi.kr/00028751436 - 번외편 단수와 보급
https://orbi.kr/00028918449 - 24편 자율성과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929569 - 25편 경험과 실패
https://orbi.kr/00028954207 - 26편 문화
https://orbi.kr/00029459571 - 번외편 인디아나폴리스 침몰사건
https://orbi.kr/00030326474 - 27편 낙엽이 지기 전에
https://orbi.kr/00031115960 - 28편 늑대떼와 양떼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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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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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합니다...
연재하신 글 잘 모아서 책으로 펴내시는건 어떻습니까?
제가 쓴 것들에도 출처도 불분명한 잘못된 내용도 많을꺼고요 ㅋㅋ 수능 국어책을 전자책으로 내봤었는데 생각보다 책쓰는게 쉽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