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를 전공하며 느낀점들
정확히는 인문계(광의의)를 전공하며 대학을 다닌 시간 동안 느낀 점들(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들)
1. 자신의 전공에 별 애착을 갖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자연계(광의의) 전공들과 달리 인문계 전공들은 전공과 직업 일치도가 상당히 낮다.
억지로 엮어보려면 엮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엮이더라도 매우 간접적으로 엮이는 정도고, 현실적으로는 일치율이 매우 낮다.
즉, 인문계 전공자들이 대학 전공에서 배운 것들은 대부분 쓸모가 거의 없는 것들이다.
자신의 전공이 무엇인지는 입학한 순간부터 잠시 잊고,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질지를 매우 진지하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쫑튜브라는 어느 고려대 인문계 전공자가 말했듯이 인문계 전공자들은 전공이 뭐든간에 그냥 교양을 좀 쌓는다고 생각하고 대학 강의에 임하는게 맘편하다.
현실적으로 130학점의 대학 강의는 교양을 좀 쌓고 간판을 따기 위한 일종의 시간투자라고 보는게 심적으로 편할것이다.
2. 학문과 현실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인문계 전공들은 그 특성상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사회과학,상경계열을 통틀어 전공에서 배우는 것들은 대부분 옛 이론들이다.
그것도 자연계처럼 실험 등을 통해 '사실'이라고 밝혀진게 아니라 단순히 그 분야의 학자들이 만들어낸 이론을 배우는 것뿐이다.
다시말해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남의 생각을 배우는 것이다.
심지어는 수학적 증명으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경제학조차도 사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 보인다.
경제학자들이 수많은 수학적 증명으로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냈지만,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한지 3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경제학자들은 서로 여러 학파로 나뉘어 자신들의 이론이 더 현실에 부합하다고 다투고 있다.
그러나 누가 더 현실에 맞는지는 아직도 정립이 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영학 중에서 회계나 재무쪽은 현실에서도 유용하게 써먹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같은 상경계라도 경영학과 경제학의 취업률이 다소 차이가 나는건 기업들이 회계나 재무를 익힌 경영학과 출신들을 경제학과 출신들보다 조금 더 선호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물론 학사를 넘어서 석,박사까지 취득한 전문가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학부 선에서 따진다면)
3. 진로를 빨리 정하면 정할수록 매우 유리해지는 것 같다
요즘은 인서울 나와도 인문계 전공자들은 좋은곳 취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맞다. 평균적인 인서울 인문계 전공자들은 좋은 곳에 취업하기 어려운게 맞다.
그러나 저학년 때부터 자기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해서 미리미리, 착실히 준비한 학생들만 놓고 본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질거라 예상해본다.
전공에 관계없이 고시든, 로스쿨이든, 8대전문직이든, 대기업 취업이든, 공기업 취업이든, 공무원이든
진로를 일찍부터 확정짓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 성공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그러나 과반수는 3학년이 될때까지도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3학년이 끝나고 부랴부랴 방황을 시작한다.
상당수는 휴학을 하고 무작정 7,9급을 준비하러 노량진에 가고, 토익학원에 가고, 자소서를 쓰고, 대외활동을 하고, 자격증을 따고 등등 졸업을 조금 남기고서도 진로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저학년부터 진로를 정한 사람들은 이미 그에 맞춰서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좀 더 순탄하고 결과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좋다.
공대생들이 대학 커리큘럼을 따라 열심히 열심히 착실히 힘들게 4년을 보내면 대기업,공기업에 다소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인문계생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사학과 들어가서 열심히 역사공부 해봤자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힘들다.
행정학과 들어가서 각종 이론들 열심히 공부해봤자 어차피 공무원 시험에서 행정학은 5~7과목 중에 1과목에 불과하다.
경영학과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역시 경영학 공부 열심히 했다고 좋은 직장에 뽑히기 쉽지 않다. 1년에 경영학 전공자들만 수천명이 쏟아져 나오고, 그들과 또다시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추가적인 취업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4. 대학 간판은 여전히 한 개인에게 있어 중요한 것 같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차가 크지만 내 개인적으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윗사람을 만날 때 그들은 이름, 나이, 그리고 대학 등을 묻는다.
여기서 이름과 나이는 타인이 자신에 대해 느끼는 인상에 별 영향이 없다.
그저 평범한 이름에 평범한(?) 나이. 그러나 명문대 출신이 대학을 말했을때 비로소 상대편은 반응을 보인다.
격하게 치켜세워주는 사람들(특히 술자리에서 취기가 오른 상태로)부터 공부 잘했네~와 같은 평범한 반응, 누구누구랑 같은 학교네? 하면서 호의를 보이거나 학연으로 연결해주려는 사람들까지...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일단 여기서 그 개인적으로는 자존감이 올라가는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물론 소속 집단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들이 넘쳐나는 법조계나 정치계 혹은 중앙정부 등에서는 연세대나 고려대 출신들이라도 공부 잘했다는 칭찬을 많이 받진 않을것 같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칭찬은 못받아도 선후배들간 거대한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 어찌됐든 높은 간판은 작게는 개인의 자존감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인맥형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핵심 부서로의 이동이나 주요 보직 배정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평소엔 대학 간판을 의식하진 말되, 특정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여러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모든 것들은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니까.
전공이나 간판에 대해서 당장 생각나는건 최대한 압축해서 이렇게 된다.
대학 다니는동안 전공에는 별 관심 없고 내 진로와 관련된 분야나 관심분야만 열심히 보고 듣고 생각하고 쓰고 다녀서 전공지식 자체는 별로 없지만
위의 2. 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부했어도 어차피 현실에선 쓸모없는 지식이 될게 뻔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대학 다니면서 강의 들으며 뭘 배웠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내 전공인 xx학은 현실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는 교양지식에 불과하다는걸 배웠다" 라고 당당하게 말해왔고, 앞으로도 말할 것이다.
어차피 학문은 그 분야에 깊은 관심과 재능이 있는 뛰어난 소수가 발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문은 나와는 관계없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불과하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그보다 인생에 더 유용한 것들을 많이 배우고 깨달았기 때문에 전공지식을 깊게 쌓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가치관과 진로에 맞추어 후회없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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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에 애착을 갖는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공부를 할 동기가 생기고 학점이 잘 나오기 때문이죠
ㅋㅋ
진로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학점이 중요한 곳(ex 로스쿨)이 목표라면 전공과 친해져서 학점을 잘 받아야 할 것이고
학점이 필요없는 다른 분야로 맘이 굳혀졌다면 전공보단 그 분야에 필요한 공부를 하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거 외에도 전공만 생각하면 너무괴롭거나 그러면 4년이 우울할듯 ㅜ
아 지금 또 생각난건데
문과는 이과랑 다르게 적성이 안맞아도 졸업이 상당히 수월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학점 따기가 꽤(?) 수월한 것 같습니다
진로가 명확하다면 평소에 전공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시험기간 때만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히 학점 챙기고 자기 진로 관련 공부를 하는게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감합니다 ㅎㅎ
애초 인문학공부가 원고지쓸 각오하고 가야하는거아닌가?..
문사철 등 인문학(협의의)뿐만 아니라 광의의 인문계(일명 문.과)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그러게요.....